‘중동의 복병’ 사우디아라비아가 카타르 월드컵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꺾은 ‘루사일의 기적’을 일으키자 국내 온라인에서는 “사우디 선수들에게 지급될 포상금 때문”이라는 글이 확산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사우디는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이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한국을 다녀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사우디 축구대표팀에 특별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는 글이 확산했다. 포상금을 ‘스테로이드 약물’에 빗대어 “상금로이드”라고 부르며 “사우디가 16강에 진출하면 빈 살만 왕세자가 국가대표팀에 포상금 5400억원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글에는 “5400억원을 감독, 코치, 선수들이 공평하게 나누면 1인당 190억원을 받게 된다. 16강만 가면 190억원을 준다는데 이게 마약 아니겠느냐”는 내용도 담겼다.
카타르 뉴스 에이전시(QNA)는 지난 20일(현지시각) “빈 살만 왕세자가 월드컵을 유치한 카타르 정부를 위해 필요한 추가 지원이나 편의를 제공하라고 모든 사우디 정부 부처와 기관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사우디 스포츠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빈 살만 왕세자의 지시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즉, 빈 살만 왕세자가 카타르 정부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사우디 축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포상금에 관한 내용으로 둔갑한 것이다.
다만, 빈 살만 왕세자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있는 건 사실이다. 돌연 일본 방문을 취소한 빈 살만 왕세자는 20일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카타르 도하를 찾았다. 그동안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은 카타르가 이슬람 단체의 테러를 지원했다며 관계를 단절했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문은 중동 국가들의 관계 회복 차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특히 이번 사우디의 승리는 정치적 기류를 바꿔놨다고 영국 가디언은 분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경기를 앞두고 사우디 축구대표팀에게 “긴장을 풀고 경기에 임하라. 그저 당신의 일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가디언은 “그러나 이것이 단지 게임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인권문제에 대한 비판으로 타격을 입은 카타르에서 월드컵은 정치적 흐름을 바꿀 기회였다”고 했다.
실제로 사우디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승리하자 카타르 국왕은 트위터에 잠시 사우디 국기를 내걸었다. 가디언은 “빈 살만 왕세자가 카타르와 단절했던 지난 5년간의 적대감을 불식시키는 모양새”라고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형제들과 사우디 대표팀의 승리를 축하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우디 축구대표팀이 공식적으로 받는 수당은 얼마일까. 국제축구연맹(FIFA)은 본선 진출국 32개국에 상금과 참가 수당으로 총 4억4000만 달러(약 5942억원)를 지급할 예정이다. 사우디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더라도 900만 달러(약 122억원)를 일종의 참가 수당으로 받는다.
16강에 진출하면 1300만 달러(약 176억원), 8강 진출팀에게는 1700만 달러(약 230억원)가 주어진다. 이번 월드컵 우승국은 상금으로 4200만 달러(약 567억원)를 받는다. 4년 전 러시아 대회보다 400만 달러가 늘어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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